2013년 4월 3일
주말 여행 두번째 이야기.
처음 먹어 본 멸치회..
살짝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괜찮네요.
그렇게 소주 한 잔 하고 나서 맥주를 들고 해변에 나왔습니다.
깜깜해서 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그래서인지 바다 내음과 파도 소리가 더 선명합니다.
그 곳이 서울로 치면 대성리나 강촌 같은 그 지역 대학생들의 엠티촌인지
온 민박집이 게임 소리로 아주 시끌벅적합니다.
그 중 서로 눈맞아서 기어 나온 걸로 추측되는 남녀가 해변을 걷고 있네요.
그러다 빛이 전혀 닿지 않는 곳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는 남자를 보곤 깜짝 놀랍니다.
네. 접니다.
안녕하세요. 좋은 시간 보내세요.
둘째 날이 밝았습니다.
샤워를 하려는데 온수를 틀어도 냉수를 틀어도
달걀도 익혀 버릴 정도로 뜨거운 물만 나옵니다.
아주 오래된 여관이었는데요,
카운터에 가 보니 주인은 잠시 외출중이라는 메모만 남기고 30분 째 안 오네요.
하는 수 없이 물을 받아 식혀서 씻고 나왔습니다.
날씨가 더 좋아졌네요.
배도 출출하고 해서 컵라면의 명성에 가려져 많이들 모르시는 또 하나의 남해 명물 핫도그를 사 먹습니다.
여행지의 재래시장에 가는 걸 좋아하는데요, 핫도그 아주머니께 여쭤 보았습니다.
남해업시장에 가 보라네요.
이름이 특이해서 두 번이나 다시 여쭤 봤습니다.
남해업시장에 가 봐야겠네요.
그런데 아무리 내비로 검색을 해도 없네요. 그런 시장은..
네이버에서 검색해도 안 나옵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아~ 여긴 경상도지..........
남해읍시장입니다.
업이 아니라 읍. ㅋㅋㅋ
경상도 특유의 발음...ㅋㅋ
남해업!시장에 왔습니다.
시골장터지만 일요일임에도 사람이 너무 없네요.
갖고 나온 것들 다 파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요즘이 멸치회 철인지 멸치회가 많이 보입니다.
한 소쿠리에 삼천 원 달라네요.
헉! 어제 식당에서 먹은 멸치회는 삼만 원이었는데...
아무리 식당이고 회무침이었다고해도 정작 멸치의 양은 더 적었는데... 흠...
어머니가 어렸을 때 많이 먹고 자랐는데
결혼 후에는 전혀 못 먹어 봐서 먹고 싶다는 말씀이 기억나
한 소쿠리를 아이스박스에 포장해서 샀습니다.
아이스박스의 스티로폼...
어렸을 때 돌에 갈아서 친구 머리에 눈이라고 막 뿌렸었는데...ㅋㅋ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네요.
네. 남해 옆의 사천시 삼천포항에 왔습니다.
바위해변에 삼천포 아가씨상이라는데 어딜 바라 보고 있는 건지,
배 타고 나간 님을 기다리는 건지 좀 슬퍼 보입니다.
하얀동백나무가 있군요.
처음 봤습니다.
바위에 작은 꽃이 무성하게 있습니다.
아니 바위에 그것도 바다 바위에 어떻게 뿌리를 내렸을까요?
생명력이란 게 참 대단하네요.
날씨가 좋아서인지 많이들 나오셨네요.
바닷가 바위에서 회와 소주 한 잔들 하고 계십니다.
저도 배가 고프네요.
근처 식당에서 물회를 먹었습니다.

사실 처음 먹는 거라 어떻게 먹는 건지 몰랐습니다.
그냥 먹고 있는데 갑자기 오셔서
"아이고 깜박하고 밥을 안 줬네.
삼촌.. 밥을 달라고 하지 왜 짜게 그것만 먹고 있어~"
사실 좀 짰는데 처음 먹어 보는 사람 티내기 싫어서 참고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삼천포를 떠나 어디를 갈까.. 하다
바로 옆이기도하고 충무김밥이 생각나서 통영으로 갑니다.
통영은 어머니의 고향이라 너무 자주 와서 더 이상 가 볼 곳도 없고
충무김밥만 사서 서울로 출발하려 했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다녔던 학교가 보고 싶어지네요.
통영여자고등학교에 가 봤습니다.
작은 학교네요.
어머니도 이곳에서 깔깔거리며 추억을 만들던 여고생 시절이 있었겠지?
첫사랑도 있었을 테고...
저도 고등학생 때나 지금이나, 생각이나 마음의 변화가 거의 없는데
어머니도 마찬가지일 것 같네요.
몸만 늙어가지 마음은 그대로일 텐데...
그냥 엄마로만 생각했지 한 사람의 여자로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네요.
충무김밥을 사고 중앙시장에 왔습니다.
집에 와서 도다리쑥국을 만들어 봐야겠다 싶어 도다리를 사려고 했는데
거의 멸종되다시피 없고 너무 비싸네요.
요즘 통영에 봄 도다리쑥국을 찾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지금은 귀하신 몸이라네요.
조금 구경하다 예전엔 그냥 외갓집 뒷산이었던 남망산공원에 가 봅니다.
예쁘게 꾸며 놓은 게 예전이랑 너무 다르네요.
벚꽃과 동백꽃이 어우러진 게 참 예쁩니다.
해도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고 이제 서울로 올라가야겠습니다.
올라오는 길에 버스 삼중 추돌로 세 대 모두 전소하고
그 불이 산으로 옮겨 붙은 사고를 봤는데 너무 끔찍하네요.
조심해서 운전해야겠습니다.
봄이 오는 것을 기다려만 봤지,
먼저 만나러 마중 가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봄은 참 기분 좋은 계절이네요.
짧은 시간 여행이었지만,
항상 머물던 곳이 아닌 곳에서의 머무름으로,
일상에 다시 돌아와서 쓸 에너지를 충전하게 됩니다.
봄 데리고 올라 왔으니까 곧 서울에도 꽃이 피겠네요~
'예전 여행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년 11월 9일. 한라산 영실코스, 윗세오름 설산 첫눈 상고대 (0) | 2022.11.02 |
---|---|
2013년 11월 4일. 지리산 노고단, 남원, 전주 (2) | 2022.11.02 |
2013년 3월 30일. 광양 매화마을, 남해 (0) | 2022.11.01 |
2012.11.4 전국일주(마지막)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 (0) | 2022.11.01 |
2012.11.4 전국일주(9) 강원도 고성 (0) | 2022.11.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