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4일
새벽 다섯 시.
지리산 노고단을 향하는 길입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기에 사실은 논 옆인지 무덤 옆인지도 모르겠네요.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가니 차로 올라갈 수 있는 마지막 장소인 성삼재 휴게소가 나옵니다.
이른 시간임에도 더 일찍 온 차들이 있네요.
날이 밝기를 기다리며 다들 차에서 쉬고 있습니다.
일출이 시작되려면 아직 한 시간 반은 기다려야 합니다.
잠시 눈을 붙입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 차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깹니다.
어떤 분이 감사하게도 차의 미등이 켜 있음을 알려 주시네요.
그 분 아니었으면 해 지고 깨서 '아직도 캄캄하네...'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쉽게도 구름이 많아서 3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다는 지리산 일출의 장엄한 광경은 볼 수 없었습니다.
누굴까요?
할아버지? 아버지? 나? ㅋㅋㅋ
슬슬 노고단을 향해 걸어 올라가 봅니다.
여기서부터 해발 1507m의 노고단 까지는 걸어서 약 한 시간 정도면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깝고
등반 코스도 어렵지 않네요.
지리산 정상 쪽에는 이미 낙엽이 많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 덕분에 겨울 분위기도 느껴집니다.
이름 모를 나무 열매들과 꽃의 색감이 참으로 오묘합니다.
드디어 노고단 정상에 올랐는데 이상하게도 모든 나무들의 키가 아주 작습니다.
설명문에 쓰여 있네요.
해발 1500m 이상에는 바람이 세고 기온이 낮아서 키작은 나무만이 자라는 '아고산대'라고...
정말 처음 보는 신기한 풍경입니다.
저 멀리 봉우리에 걸쳐 있는 구름이 멋지네요.
해발 1915m 천왕봉의 풍경은 어떨지 정말 궁금합니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꼭 도전해 봐야겠네요.
노고단 정상에서 내려다 보니 옹기종기 모여있는 구례 마을도 보이고 저 멀리 섬진강도 보이네요.
입김이 나오고 귀가 시릴 정도로 바람이 찹니다.
슬슬 내려가는데 엄청난 인파들이 가을 단풍보다 더 화려한 색색가지 옷을 입고 올라옵니다.
성삼재 휴게소 주차장 앞엔 차들이 꽉 차있고 자리가 없어 들어오지 못 한 차들이 죽 늘어서 있네요.
조금만 늦게 왔으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1단 기어로 꼬불꼬불 길을 한참 내려 와 춘향이의 고장 남원으로 가봅니다.
남원에 왔으니 추어탕을 먹어야겠죠.
미꾸라지 튀김이 서비스로 나오네요.
배를 채우고 남원 허브밸리로 갑니다.
파란 풍차가 이색적이네요.
허브 박물관의 허브 사진이 사진인줄 알았는데 실제 허브를 말려서 액자에 넣은 것이었군요.
허브 종류가 그렇게 많은줄 몰랐습니다.
하긴 깻잎도 허브라던데...
차를 돌려 전주로 옵니다.
전주에 비빔밥이나 콩나물국밥만 유명한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저도 그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진짜 미친 맛이 또 있습니다.
연탄불에 구운 고추장 돼지 불고기를 김밥과 함께 상추에 싸 먹는...
지금까지 상상도 하지 못 했던...
연탄의 불맛을 머금은 고기와 김밥, 마늘과 고추를 상추로 결박해서 입속으로 던져 버립니다.
소주를 마시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경찰이 출동할 것 같습니다.
캬~ 쫙쫙 붙네요.
다음 날 한옥마을에 갔는데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여기저기 길게 늘어선 맛집앞의 줄을 보는 것도 재미네요.
좌판에 파는 소품들이 참 귀엽습니다.
600년 된 은행나무와 파란 하늘, 한옥의 기와지붕이 정말 잘 어울립니다.
잠깐 만난 고양이는 "얼른 찍던가 아님 그냥 가던 길이나 가셔~" 하는 것 처럼
불러도 쳐다 보지도 않고 뚫어져라 한 곳만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다시 엄청난 넓이로 압도하는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해서 들어 왔네요.
가끔 이곳저곳 다닐 때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정말 우리나라에 신기하고도 멋진 곳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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