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01
해남을 떠나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고향인 강진에 왔습니다.
처음 와 본 곳이지만 그리 어색하진 않네요. ㅎㅎ
지나가는 길에 밭에서 일하시고 계시는 할머니를 몰래 찍었는데 찍자마자 들켰습니다.
그냥 씩 웃으시네요..^^
시골 마을의 돌담이 너무 예뻤어요.
집집마다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이것도 서리...아니 절도인가요?ㅜㅜ
몰래 한 개 땄습니다.
색이 너무 예뻐서 감히 맛을 못 보겠네요.
히딩크 말고 유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네덜란드인 하멜 표류기의 하멜..
그 사람이 제주도로 표류했다 한양으로 올라와서 다시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그 인연으로 1998년에 하멜의 고향인 네덜란드의 호르큼시와 강진군이 자매결연을 맺었다고 하네요.
하멜..조선에서 유배생활로 힘들게 살다 일본으로 탈출 성공.
음...하멜에게 그리 좋은 기억이 아닐 텐데 자매결연을 맺었다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하멜 기념관의 풍차가 귀엽네요.
맛의 고장 남도에 왔으니 뭔가 먹어야겠죠?
거창한 건 어디나 분명 맛있을 테고 그냥 백반집을 찾앗습니다.
모든 식당이 1인분 주문을 거절하더군요.
마지막 식당에서 멀리 서울에서 아버지 고향에 왔는데 제발 밥 좀 달라고 했습니다.
성공입니다.
5000원 자리 백반인데 보쌈, 조기구이, 게장, 그리고 내가 젤 좋아하는 묵은지!!!
서울 어디서 왔냐고 물으시더니 딸이 저와 같은 동네 산다며 고기와 상추 별의 별 것을 더 주십니다.
급기야 딸에게 전화를 거십니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결국엔 따님이 이것 저것 보내달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역시 딸들이란...ㅋㅋ
그렇게 강진을 떠나 유명한 보성 녹차밭입니다.
꼭 와 보고 싶었던 곳. 녹차밭도 예쁘지만 옆의 대나무숲도 참 장관입니다.
영화 '청도'가 생각나네요.
녹차밭에서 나와 보성의 아무 마을에 들어갔는데 정말 아무 것도 없는 시골입니다.
온통 논 밭입니다.
간간히 보이는 마을 주민들이 낯선 차, 사람을 보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빨간 앵두 같은 열매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섹시한 여자의 입술 처럼 유혹하듯 멈춰 셔터를 누르게 만드네요.
이번 여행은 땅끝 해남을 시작으로 아버지 고향 전남 강진,
어머니 고향 경남 통영 그리고 제 군대 시절 보낸 곳인 강원도 고성을 끝으로 서울로 복귀..
이렇게 큰 동선만 그려 놓고 바닷가를 따라 가다 시간 되면 멈추는 걸로 정했습니다.
바다는 정말 원없이 보네요.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과 함께 하고 있는데요..
여행을 하면서 보는 이곳의 상대적으로 느린 시간의 흐름...
잘은 모르겠지만 세상의 시간 흐름은 언제나 같았는데
사회의 구조가 바꿔 놓은 체감상 시간의 흐름을 실제 시간으로 착각하고,
타의라고 말하지만 실은 그리 바쁜 것도 아니면서
자의로 바쁘고 힘들게 살아가며 불평해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을 지배하지 못 하고 오히려 지배 당하는...
일상에 복귀하면 말 처럼 쉽지 않은 일이지만요..
오잉?? 갑자기 개가 한마리 지나가네요...
이 야밤의 산중에 개가...혹시 늑대?@.@
아무튼 지금은 전남 고흥의 팔영산이라는 산에 텐트를 쳤습니다.
어제는 바람 소리, 파도 소리가 요란하더니 오늘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너무 고요하네요.
오늘도 달이 참 밝습니다.
강진에서 사 온 홍어회와 식당에서 얻어 온 묵은지에 간단하게 소주 한잔 하고 자야겠습니다.
'예전 여행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2.11.3 전국일주(5) 거제, 소매물도 (0) | 2022.11.01 |
---|---|
2012.11.02 전국일주(4) 고흥, 벌교, 순천, 광양, 통영, 화개장터 (0) | 2022.11.01 |
2012.10.31 전국일주(2) 해남 땅끝마을 오토캠핑장, 미황사 (0) | 2022.11.01 |
2012.10.30 전국일주(1) 해남 땅끝마을 (0) | 2022.11.01 |
2015년 8월 18일 전북 고창 해바라기밭 성송반점 짜장 짬뽕, 전남 영광 백수해안도로 (0) | 2022.11.01 |
댓글